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부부의 세계가 인기다. 종영했지만...

그만큼 부부의 세계에는 그 무엇보다도 복잡 미묘한 것들의 복합체가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.

지난주 우리 부부는 12주년 결혼기념일을 맞이 하였다. 친구에게 얘기 했더니...결혼이 기념해야 하는 거야?라고 농담을 던진다. 기념한다기보다... 너와 내가 지금 함께 한 길을 걷고 있다는 걸 그러니 내 갈길만 가려고 우기지 말고 잘 좀 하고 살자고 리마인드를 하는 날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다.

 

사실 남편은 자수성가한 쪽에 가까운 사람이다.

그러다 보니...본인이 선택한 것, 본인이 생각한 것이 답이다. 거의 늘....

나는 그걸 맞춰주는게....그게 사랑인 줄 알았다.

그러나 나는 점점 결정장애가 생겼고, 마치 엄한 아빠와 나약하기 짝이 없는 딸의 모습처럼 변질되어 왔다.

 

지금의 부부의 세계는 안좋은 점만 떠올리니... 우선 남편이 아주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밝힌다. 장점이 꽤 많은 사람이나, 단점이 너무 강해 배우자가 정말 숨을 턱턱 거리며 숨을 못 쉬게 할 때가 음..... 거의 늘.... 있다.

혼자 힘이 들 때마다 싸우려 들지 않는다. 아니 그러지를 못한다. 후폭풍이 더 센 걸 알기에...

대신 내가 더 단단해지고 스스로 무너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쓴다. 가족 간에 무슨 소리냐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부부는 둘 다 안간힘을 써야 그나마 잘 유지되어진다.

 

기찻길에서 두 선을 다 차지하고 씩씩하게 달려가고 있는 기차 꽁무니에 붙어 끌려가는 아내는 되지 말자.

당장은 좋은 아내로 보여질 지 모르지만 나 속으로 곪아가고 있는지 모른다. 우울증 약 따위를 찾을게 아니라 함께  기차선로에 나란히 서서 평행을 이루며 앞으로 나아가도록 노력해야 한다. 흔들리면 부딪혀 부서져 버릴 수 있다.

 

며칠 전 너무나 화가 났을 때 난 소심하게도 아침밥을 안차려 주고 혼자 쌤통이다 하며 다음날도 똑같이 행했다.

그런데 웬걸... 나중에 물어보니 밖에서 잘 사 먹었단다... 심지어 내가 그렇게 화가 나 있는 것조차도 몰랐다 하니 진짜 바보가 따로 없구나... 싶었다.

 

다시 한번 말하지만 결혼 2년 차가 아니라 무려 12년 차인데... 난 이런 소심한 복수를 한다.

앞으로는 당당히 이야기하자. 당신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아팠고 몰래 먹고 있는 우울증 약에 대해서도....

 

언젠간 배우자로 인해 내 자존감이 죽어나가는 것이 아닌 살아나가는 힘의 원천이 될 수 있도록...

제발 견고해 지자. 앞을 향해 똑바로 보자. 미리 겁먹어 고개를 숙이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.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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